당신이 화성 적도 부근의 에스칼란테 지역을 위성 사진으로 본다면, 그곳에서 동남쪽으로 뻗어나온 얇다란 회색 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흔히 하이웨이라고 불리는 그 실이 굵은 띠처럼 보일 정도로 위성사진을 확대한다면 그 위에 새겨진 8개의 희미한 줄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두 줄이 한 쌍을 이루어 만들어지는 4개의 레일은, 크레이터처럼 드문드문 위치해 있는 콜로니들을 이어주는 혈관이 된다. 화성 전역에 퍼져 있는 모든 하이웨이를 일렬로 늘어놓는다면 그 길이는 화성의 둘레의 두 배를 뛰어넘을 것이다. 그리고 혈관을 따라 시속 수백 킬로미터로 내달리는 혈구를 사람들은 하이퍼트레인이라 부른다. 이름과는 다르게도 작은 차량이 트레일러를 끌고 다니는 모습은 오히려 화물 트럭과 비슷하다. 이 은빛 혈구들은 콜로니들이 지속되기 위해 필수적인 것들을 싣고 하이웨이 위를 돌아다닌다. 어떤 컨테이너에는 물이, 어떤 컨테이너에는 광산에서 채취된 자원들이, 어떤 컨테이너에는 승객들이 있다. 하지만 하이웨이 위로는 하이퍼트레인만이 지나다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너비 50미터의 하이웨이를 가로질러 건너려 한다. 갈증과 약탈자로부터 도망쳐, 풍요와 평화가 있는 콜로니로 넘어가기 위해서.

 

 소녀는 하이웨이 가장자리에 몸을 걸치고 힘겹게 기어올라간다. 하이웨이는 높이 0.8m의 플랫폼에 불과하지만, 9살 소녀에게는 높은 바리케이드처럼 느껴진다. 소녀는 하이웨이 가장자리에 엎드린 채 아래쪽으로 손을 뻗는다. 하이웨이 아래에 서 있던 소년이 울퉁불퉁한 돌을 밟고 위태위태하게 올라서서 소녀의 손을 잡는다. 소년은 소녀보다 키가 더 작았기에 혼자 힘으로는 플랫폼에 올라갈 수 없다. 소녀는 낑낑거리며 소년을 하이웨이 위쪽으로 끌어당긴다. 이제 막 7살이 된 소년은 무척 가볍지만 두꺼운 우주복의 무게가 소년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진다. 소년의 손이 조금씩 미끄러졌지만 장갑의 실리콘 막 덕분에 소녀는 간신히 소년을 하이웨이 위로 데려온다.

 소녀는 눈가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고 싶었지만 헬멧 때문에 눈을 찡긋거리는 수밖에 없다. 좌우를 두리번거리는 소녀의 시선이 하이웨이를 따라 뻗어나간다. 하지만 그 시선은 금세 짙은 모래먼지에 가로막힌다. 다가오는 모래 폭풍의 전조가 사방에 짙게 내려앉아 있다. 갑자기 눈앞에서 거대한 형체가 휙하고 지나가자 소녀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선다. 형체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자리에는 먼지들이 격렬하게 춤추고 있다. 소녀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손을 꼭 쥐고 있는 소년을 바라본다. 소녀가 입을 열자 소년의 헬멧이 소녀를 향해 돌아간다. 소녀는 바이저 너머로 겁먹은 눈동자를 마주본다.

 “딤카, 저기 있는 거 보여?”

 소년은 소녀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본다. 붉은 장막 너머로 희미한 흰색 구조물이 보인다.

 “저기가 아빠가 말한 콜로니야. 저기까지만 가면 착한 어른들이 우릴 돌봐 주실거야. 저기에 가면 물도 실컷 마실 수 있다고 아빠가 분명히 그러셨어.”

 소녀는 소년에게 웃어 보이고 레일 위로 발을 내딛는다. 몇 걸음을 옮기고 나서야 소녀는 자신의 장갑을 누르던 압력이 사라진 것을 느낀다. 소녀는 뒤를 돌아본다. 소년은 여전히 하이웨이의 가장자리에 오도카니 서 있다. 콘크리트 플랫폼만 바라보고 있는 소년은 그 자리에서 움직일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소녀는 마이크에 대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소년을 달래본다.

 “딤카, 무서우면 내 손 잡고 갈래?”

 붉게 깜빡이는 바닥의 조명을 바라보던 소년의 시선이 소녀의 손으로 옮겨간다. 소년은 잠시 머뭇거리다 소녀를 향해 손을 내밀며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하지만 소년이 소녀와 1미터밖에 떨어져있지 않은 그 때, 갑자기 소녀의 손이 사라진다. 은빛 형체가 섬광처럼 지나간다. 소년은 움찔하며 뒤로 넘어진다. 콘크리트 위에 주저앉은 소년의 흰색 장갑이 벌벌 떨린다. 소년은 땅에 주저앉아 흔들리는 눈으로 주위를 조금씩 두리번거린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텅 빈 하이웨이 위는 조용하다. 소년의 열린 입으로 거친 숨이 넘나든다.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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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키코님 글을 보고 저도 다른 폰트를 시도해봤습니다 ㅎㅎ

한동안 소설을 안 올리고 있었던 게 걸려서 지금 쓰고 있는 단편 시리즈를 맛보기 느낌으로 올려 봤어요.

이 파트도 소설이 완성되면 수정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블러디 플래닛> 시리즈는 중단편 길이의 에피소드 두 개로 이루어질 것으로 계획하고 있고, (두 편 뿐이지만) 옴니버스 형식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호넷>은 아쉽지만 잠시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쓰고 싶은 단편소설 아이디어가 엄청 많은데 호넷까지 병행하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요. 기대하셨던 분들이 계시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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